SI 업종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요즘 나를 포함한 주변 개발자들을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개발자인지, 그냥 사무직인지 헷갈린다.
사무직도 일을 하려면 지식을 익혀야 하고, 정해진 절차를 따른다.
그렇다면 지금의 SI 개발자와 뭐가 그렇게 다른 걸까.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요건을 정리하고, 구조를 고민하고, 아키텍처와 표준을 잡는 사람들.
핵심을 만들고 방향을 결정하는, 내가 생각하는 ‘개발자다운 개발자’도 분명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대부분은 이미 정해진 걸 구현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Copy & Paste만 잘하면 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개발자는,
사용자가 원하는 걸 어떻게 더 쉽고 효율적으로 풀어낼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기능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생각’ 자체를 피하려는 모습이 너무 자주 보인다.
누군가가 정리해 주고, 설계해 주기를 기다린다.
주어진 걸 구현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그 이상은 하지 않으려 한다.
조금만 벗어나도 멈춘다.
찾아보거나, 고민하거나, 부딪혀 보려 하기보다
그냥 “못 합니다”라고 말해버린다.
그리고 그 말이, 이상할 정도로 당당하다.
가끔은 되묻는다.
“이건 어떻게 해야 하죠?”
틀린 질문은 아니다.
그런데, 그 질문 전에 스스로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 걸까 싶다.
개발자의 일은, 답을 찾는 과정에 있는 거 아닐까.
그런데 지금은
조금이라도 생각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그걸 자기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어버린다.
경력이 10년이든 20년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남는 건 뻔하다.
해봤던 것, 쉬운 것, 반복되는 것.
그리고 그런 일만 하는 곳을 찾아다닌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
이게 정말 개발자인 걸까.
그냥 반복 작업을 하는 사무직과 뭐가 다른 걸까.
개발자는 ‘전문직’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는, 전문가를 찾기가 더 어렵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나도…
결국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 환경에 적응하고,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올라타고 있다.
개발자인데,
점점 개발자가 아닌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어쩌면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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